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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도자료

제목
(기고)달콤한 불빛 뒤에 숨은 칼날..‘구밀복검’이 전하는 화재예방의 지혜
작성자
본부
등록일
2025-11-03
조회수
122
내용

고대 중국의 사상서한비자(韓非子)에는 구밀복검(口蜜腹劍)”이라는 말이 전해진다. 입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말을 하지만, 그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.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내면에는 위험을 감춘 존재의 이중성을 경계하라는 교훈이다.

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인 것 같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, 세상 모든 편리함에도 그대로 적용되며, 소방 역시 예외는 아니다.

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장판과 난로, 히터, 보일러 등의 불빛은 겨울의 차가움을 녹여주는 가장 따뜻한 존재이지만, 그 관리가 소홀해지는 순간 언제든 흉기로 변한다.

이렇듯 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지만, 그 불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재앙이 된다.

달콤한 편리함 뒤에는 늘 위험이 함께 숨 쉬고 있고, 그 경계선 위에 우리의 안전이 놓여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.

소방의 관점에서 보면 구밀복검은 인간관계의 교훈을 넘어 일상 속 안전의 본질을 일깨워 준다.

기온이 내려가고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불의 편리함을 누리되, 그 이면의 위험을 경계해야 할 시기다.

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거나, 콘센트를 여러 개 이어 꽂는 문어발식 사용, 먼지가 쌓인 멀티탭을 방치하는 습관은 모두 불씨가 된다.

최근에는 휴대용 선풍기, 보조배터리, 전동킥보드, 무선청소기 등 리튬이온배터리 제품에서 발생한 화재가 크게 늘고 있다. 배터리를 충전한 채 장시간 방치하거나, 불량 충전기 사용은 작은 스파크로도 큰 화재로 이어져 한 순간에 보금자리와 생명을 동시에 잃게 한다.

불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빛을 내지만, 우리가 선을 넘는 순간 그 빛은 칼날이 되어 우리를 겨눈다.

화재예방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.

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경계하고, 하나의 스위치를 켜기 전, 하나의 불씨를 다루기 전, “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?”를 스스로 묻는 습관이 안전을 만든다.

이 경계심은 가정뿐 아니라 사업장과 점포, 사무실 등 모든 생활공간에서도 필요하다. 난방기기 주변의 가연물을 치우고, 퇴근 전 전원을 차단하며, 소화기와 비상구를 항상 확보해 두는 기본이 화재로부터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다.

특히 리튬배터리를 다루는 공장이나 물류창고, 전자제품 보관시설에서는 충전기 주변 통풍 확보, 불량 배터리 분리보관, 충전 중 방치 금지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.

또한 공동주택 세대별 소방시설 자율점검을 통해 각 세대의 감지기, 소화기, 유도등 등 주요 안전시설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. 입주민이 직접 점검하고 결과를 제출하는 이 제도는 제재가 아닌스스로 지키는 안전의 첫걸음이다.

강원소방은 다가오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겨울철 화재예방대책을 본격 추진하며, 도내 전 지역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, 화재취약시설 중심의 예방활동을 강화한다. 또한 자율안전점검을 통한 안전문화 확산과 현장대응훈련을 병행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도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겨울나기에 주력한다.

하지만 진짜 안전은 제도나 장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. 모든 시작은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롯된다.

편리함을 누리되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것, 그것이 바로 구밀복검이 오늘날 우리의 안전을 위해 남긴 또 다른 교훈이다.

따뜻한 불빛 속에도 칼날이 숨어 있음을 아는 지혜, 그 경계심이 바로 화재를 막는 첫 번째 소화기다.


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 오승훈